水鏡칼럼-美 제왕적 권력의 문, 트럼프가 떠나도 안 닫힌다

서소민 기자 / 기사승인 : 2026-08-10 13: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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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트럼프 2.0, 제왕적 대통령제 새 차원으로 끌어올려"…행정국가의 관료 기구 장악 위해 정책 결정권 백악관으로 끌어와…대통령직 실린 권한 그대로 상속…“美 민주주의 엄중한 위기 처해”…한번 넓혀진 권력의 문은 스스로 닫히지 않아

                      

 

 

[부자동네타임즈=서소민 기자] 2025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미(訪美) 기간 보여준 파격적 예우는 이례적인 대우 수준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백악관 상황을 잘 아는 인사들은 '어디선가 많이 본 장면'이라는 느낌을 떨치지 못했다고 한다.

 

전투기 비행, 기마 부대의 등장, 원형이 아닌 길고 웅장한 만찬 테이블 배치 등이 2025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 방문했을 당시 찰스 3세 국왕이 선보인 의전과 너무나 유사했기 때문이다.

 

재집권에 성공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선보인 '제왕적 면모'는 앞서 언급한 빈 살만 왕세자 의전을 빼놓고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25년 12월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는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를 황금으로 꾸미는 것은 물론, 정부 건물에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새겨넣었고, 심지어 자신의 생일을 국립공원 무료 입장일로 지정했다.

  

                                                                        화려한 백악관 이스트룸의 만찬장 AP연합뉴스

 

 

트럼프는 왕족과 비슷한 위엄을 뽐내며 화려한 겉모습에 치중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 정부와 사회를 상대로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NYT는 진단했다.

 

NYT는 재집권에 성공해 백악관에 복귀한 트럼프 행정부의 지난 1년을 가리켜 "'트럼프 2.0'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며 "반세기 전 이 용어를 대중화시킨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보다 훨씬 더 대담하고 새로운 형태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란 용어를 만든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의 아들이자 백악관 전문기자로 활동하는 로버트 슐레진저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제 불능 행동에 비하면 닉슨 대통령은 소박한 편"이라며 "닉슨 대통령조차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계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전역에서 자신을 비난하는 '노킹스(No Kings)' 시위가 발생했을 당시 "나는 왕이 아니다"고 말하면서도 왕이라는 개념을 즐기는 모순적 태도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한국에서 받은 신라 금관 모형 선물도 관련 사례로 언급됐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 세력을 조롱하기 위해 그가 왕관을 쓰고 있는 사진과 함께 '국왕 만세'라는 문구를 소셜미디어(SNS) 올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지지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지속 여부에 대해선 물음표가 남는다.

 

최근 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눈엣가시'인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 기소를 기각하고, 의회에서는 트럼프를 끊임없이 괴롭혀온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공개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저항의 조짐이 점차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NYT는 미국의 대통령직이 장기적으로 지금처럼 재편될지, 아니면 예전 상태로 되돌아갈지의 문제는 변화의 지속가능성에 달렸다고 짚었다.

 

          트럼프, 국정 난맥상 폭로한 NYT 기자에게 "패배자·쓰레기" 맹폭

건강이상설 제기에 "나는 인지 능력 검사에서 만점“…트럼프, 이란전 출구전략 갈팡질팡…NYT "구미맞는 선택지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운영 내막을 다룬 신간 『정권교체: 도널드 트럼프의 제왕적 대통령직의 내막』(Regime Change)의 저자들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11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정권교체'의 저자인 매기 하버만 뉴욕타임스(NYT) 기자를 '매곳 해거먼'(Maggot Hagerman)이라고 부르며 그가 "지난 10년 동안 나를 잘못 보도해 왔다. 그의 책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 내용의 90%는 가짜 뉴스다"라고 주장했다.

'구더기'라는 뜻의 '매곳'은 '비열한 인간'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해거먼'은 마녀나 노파를 뜻하는 해그(hag)를 연상시킨다.

트럼프는 하버만이 "엉터리 보도로 생계를 유지해 왔지만, 우리가 몰락해 가는 뉴욕타임스를 상대로 제기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소송이 법정에 오르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하버만이 "패배자"라며 "그가 나에 대한 진실을 쓴다면, 사실 꽤 지루하겠지만 성공 이야기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책에서 제기된 자신의 건강 이상설도 일축했다. 그는 "방금 월터 리드 병원에서 완벽한 건강검진을 마쳤다"며 "나는 6개월마다 검진을 받는데,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인지 능력 검사를 세 번이나 추가로 요청했고, 모든 문제를 맞혀 만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공동 저자인 조나선 스완 NYT 기자에 대해선 "매곳의 한통속"이라고 비난하며 두 사람이 "문제의 50%도 맞히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쨌든 그들의 책은 사지 마라"라며 그 책이 "쓰레기"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6월 발간된 『정권 교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와 이란 전쟁 등에서 전문성을 갖춘 참모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사례들이 담겼다.

이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일부 품목에 125%의 관세를 부과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자신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맙소사!"라고 소리치며 놀랐다는 내용도 담겼다.

 

저자들은 또 이란 전쟁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의 경고를 무시하고 전쟁을 강행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8일(현지시간) 공개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내겐 국제법이 필요 없다. 나를 막을 유일한 것은 나의 도덕성뿐"이라고 했다.

국제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미국우선주의'를 위한 패권 공세를 지속하겠다는 노골적인 의지 표명이었다. 권력에 한계가 없다는 제왕적 과시이기도 했다.

그러나 6개월 반이 지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권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침실에서 끌어내 미국으로 압송하는 군사작전을 감행하며 내보인 자신감은 온데간데없고 마땅한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이란전쟁의 진창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NYT는 7월26일 '트럼프가 이란전에 갇힌 것 같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처지를 짚었다. 이란전쟁이 5개월 가까이 늘어지고 협상 동력이 사실상 실종되면서 유가가 다시 오르고 주식시장이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경색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호르무즈 해협도 모자라 홍해와 아덴만 사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에도 위기감이 커지는 형편이다.

대대적 공격으로 이란전쟁을 끝내버리고 싶어도 여론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확전이 이란전쟁 종결로 이어질지도 불투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히 좌절한 상태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평소 예측 불가능성을 무기로 삼아온 트럼프 대통령 기준에서도 최근에는 더욱 종잡을 수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핵협정이다.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협정이라 사우디로서는 숙원 성취였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만에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조건으로 내걸며 사우디를 충격에 빠뜨렸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웃이자 최우방인 캐나다에는 50%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이 제공하는 안전보장을 대가로 거액의 수수료를 받겠다고 해 국제사회를 엄청난 혼란에 빠뜨렸다가 이내 번복하기도 했다.

문제는 트럼프에게 여전히 이란전쟁을 떨쳐낼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믐 이란에 대한 확전을 위협해왔으나 7월24일 내각회의에서 이를 포기했다고 NYT는 전했다.

발전소 등 핵심 인프라를 포함한 대대적 공습을 하더라도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 제대로 복귀시킬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참모진 평가에 따른 것이다.

미군의 요격미사일이 급속히 소진되는 상황도 확전 포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미국과 이란이 13일 연속으로 무력 공방을 벌이면서 요격미사일 재고가 심각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JD 밴스 부통령과 댄 케인 합참의장이 확전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CNN은 전했다. 케인 합참의장은 전쟁 전부터 무기 비축량 소진 문제를 제기해왔으며 밴스는 대이란 협상의 미국 수석대표다.

미국으로서는 대만에 대한 무력행사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같은 상황을 호재로 여기고 도발적 행보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이란 해상봉쇄 복원을 비롯해 경제적 압박의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간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를 견디며 생존해온 이란 정권이 금방 붕괴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발을 빼는 방안도 가능하기는 하다. 그러나 '승산 없는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이란에 넘겨준 미국 대통령'이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게다가 이란이 은밀하게 핵 개발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이란의 핵 보유 저지라는 전쟁의 명분 자체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NYT는 "권력에 한계가 없다고 생각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한계를 발견했다"며 이란전을 끝내기 위한 "각각의 선택지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구미에 안 맞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밥 우드워드 "트럼프, '나 혼자 결정'…제왕적 대통령 되려고 해“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 각료 인선 비판…"경험 없는 인사 지명…권력 나누기 원치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11월 당선 됐을 때 위헌적인 방식으로 ‘제왕적 대통령’이 되길 시도하고 있다고 미국 유명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지적했다.

 

밥 우드워드는 워싱턴포스트(WP) 기자 출신 작가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하야를 끌어낸 ‘워터게이트’ 특종 보도 기자이다. 트럼프 관련 저서도 여럿 출간했다.

                                

                                        밥 우드워드 기자

 

우드워드는 2024년 11월18일 (현지시간) 미국 MSNBC 인터뷰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DNI) 지명자 등 인사가 잘못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당선인은 왜 경험 있는 사람을 원하지 않을까? 내가 봤을 때 트럼프는 관련 경험이 거의 없는 인사를 지명해 ‘제왕적 대통령직(Imperial Presidency)’을 다시 만들려 시도하는 것 같다”며 “트럼프는 (이와 같은 인사를 통해)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나 혼자 결정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권력을 나누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의 목표는 자신의 권력을 통합할 수 있는 인사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드워드는 이와 같은 트럼프의 인사가 모두 계획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펜타곤을 운영할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며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선택했다. 이는 자신에게 모든 발언권과 권력이 주어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인사”라고 말했다.

 

우드워드는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헤그세스에 대해 “나는 국방장관 16명을 겪었다. 국방장관은 조직 관리를 알아야 하고, 책임이 무엇이며, 권력의 작동장치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내가 아는 바로는 헤그세스는 그렇지 못하다. 헤그세스가 국방장관에 필수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하원의원출신 개버드에 대해선 “(트럼프가 그를 임명한) 목적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적합한 인사가 아님을 강조했다.

 

헤그세스는 국방장관직에 필요한 고위간부 경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워싱턴주 방위군으로 복무하다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뒤 ‘Deus Vult’란 문신을 가지고 있다는 부대 내에서 논란이 일자 일을 그만뒀다. “신의 뜻대로다”라는 뜻의 이 문구는 십자군 전쟁 중에 처음 사용됐으며 미국 사회에선 극우 집단의 표식으로 받아들여진다. 개버드 역시 정보 분야 경험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탓으로 돌린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우드워드는 트럼프의 인사에 대해 “거의 위헌적”이라며 “말이 안 되고 미국 국민에게 중지(中指)를 내미는 행위”라고 했다.

 

              대통령학에 매진한 美 정치학자 2인…‘스트롱맨 통치’ 제도 변화로 규정

 

세계를 혼돈으로 몰아넣고 미국 사회를 갈라놓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끝나면 미국은 다시 우리가 알던 모습으로 돌아갈까. 유감스럽게도 답은 ‘아니다’로 기운다. 일생을 대통령학 연구에 매진한 미국 주류 정치학자 2인은 트럼프의 ‘스트롱맨 통치’를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40여년간 축적된 제도 변화의 산물로 규정한다.
 

1787년 미국을 건국한 선구자들은 독재를 막기 위해 대통령 권한을 약하게 설계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사회 문제가 복잡해지면서 행정국가가 팽창했고, 대통령들은 이 거대한 관료 기구를 장악하기 위해 정책 결정권을 백악관으로 끌어오고 요직을 충성파로 채웠다.

 

트럼프식 스트롱맨 통치는 한 정치인의 일탈이 아니라, 수십 년간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민주적 견제 장치가 약화된 끝에 나타난 결과이다.

 

트럼프가 퇴장한 뒤에도 한번 확대된 대통령 권력과 이를 떠받치는 정치적 토대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이 책은 경고한다.

 

미국 대통령이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게 된 결정적 분기점은 영화배우 출신 로널드 레이건의 집권이다. 에드윈 미즈가 이끈 레이건의 법무부는 ‘단일행정부이론(UET)’을 전가의 보도(寶刀)로 만들어냈다. 헌법이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일방적 권한과 행정부 전체에 대한 최고 권위를 부여했다고 보는 이 법이론은 성문법과 삼권분립이라는 전통적 제약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론은 이후 보수 법학자들에 의해 정교해졌고,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포로 고문을 정당화하는 데 동원되기도 했다. 이후 우파 포퓰리즘이 결합하면서 궤적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공저자들은 2010년 티파티의 등장과 2016년 트럼프의 당선을 거치며 반체제 성향의 지지 기반이 공화당을 장악했고, 이들이 민주적 규범과 절차에 구애받지 않는 지도자를 갈망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가 판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짜인 판 위에 올라섰다는 것이다.


이 책의 결론은 무겁다. 저자들은 트럼프가 무대에서 내려간 뒤에도 위험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공화당이 포퓰리즘 세력의 영향 아래 놓인 상태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고 본다. 이후의 공화당 대통령들도 스트롱맨 역할을 받아들일 동일한 유인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트럼프가 부활할 수 있었던 이유는 트럼프라는 인간의 특별한 자질보다는 미국 포퓰리즘 운동의 특성과 그 힘에서 찾아야 한다”며 “그를 따르는 수많은 추종자, 원한과 희생양 정서로 채워진 서사, 공화당 엘리트를 휘어잡는 장악력, 허위 정보와 우파 미디어에 푹 빠진 정보 네트워크, 진보적인 행정국가에 대한 분노, 스트롱맨 지도자에 대한 갈망이 그 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 궤적이 남긴 가장 기묘한 유산은 진영의 자리바꿈이다. 제한 정부와 개인의 자유를 신봉해온 세력이 무제한에 가까운 대통령 권력을 해법으로 택했고, 강한 정부를 옹호해온 세력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굴레를 지키는 자리에 서게 됐다. 저자들은 보수가 행정국가를 무너뜨릴 유일한 무기로 대통령 권력을 발견한 순간부터 이 역설이 예정돼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그렇게 벼려진 무기는 진영을 가리지 않는다. 대통령직에 실린 권한은 다음 주인에게 그대로 상속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방식에 대한 통념도 이 책은 수정한다. 한 번의 쿠데타나 극적인 붕괴가 아니라, 합법의 외피를 쓴 작은 상처들이 누적되면서 체제는 서서히 형해화된다. 법무부의 사유화, 의회의 무력화, 직업 관료의 축출과 충성파 충원, 패배한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 하나하나는 견딜 만해 보이는 조치들이 모여 어느 순간 되돌릴 수 없는 지점을 지난다.

 

그렇다면 이 흐름을 누가 멈춰 세울 수 있을까. 저자들은 일반 대중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서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로 트럼프는 집권 1기부터 스트롱맨 행보를 보였음에도 2024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수천만 명의 미국인에게 민주주의는 안중에도 없다. 게다가 자신의 권위주의를 대놓고 드러내는 대통령 후보에게 열정을 느끼며 기꺼이 투표한다. 이것이 차갑고 아픈 현실이다.”

미국 대중이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한다면, 정치 시스템의 견제와 균형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폭주하는 대통령에 맞설 의회의 최고 무기는 탄핵이다. 트럼프는 하원에서 두 차례 탄핵소추됐지만 상원에서 모두 무죄 평결을 받았다. 상원의 탄핵 인용에는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 만큼 공화당 의석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성립이 어렵다.

 

두 저자는 사법부도 스트롱맨의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헌법이 권력 배분에 관한 내용을 충분히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데다 지나치게 간결하고, 법원은 대통령에게 지나칠 정도로 고분고분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대통령학 전문가인 저자들의 결론은 비관적이다. “미국 민주주의가 엄중한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도 “다른 정치학자들의 책처럼 개혁안을 제시하고 긍정적인 어조로 끝맺으면 좋겠지만 특효약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사람들은 줄곧 어떤 경우에도 이 땅에서는 민주주의의 붕괴가 불가능할 것이라 믿어온 듯하다. 하지만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심지어 어쩌면 우리 곁에 이미 와 있는지도 모른다. 불가능한 위협이 이제 미국의 현실이다.” 제도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한번 넓혀진 권력의 문은 스스로 닫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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