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숲 밀고 2만 가구 짓나…‘용산공원’ 운명의 8월20일

권준수 기자 / 기사승인 : 2026-08-20 09: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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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장관 吳 시장 회동·본회의…어린이정원 개발땐 별도 입법…미군기지 전체반환시기 미정…국유지 권한 vs 인허가 기싸움
오세훈 “용산공원 주택공급 반대, 타협 없어”…청와대 “어린이공원 이용 적어… 금싸라기 땅 잘 써야”

 

[부자동네타임즈=권준수 기자] “‘닥치고 공급’을 위해 개발될 것인가, 미래 세대를 위한 서울 도심의 ‘허파’로 남을 것인가.”

서울 용산공원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여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8월20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 시장의 단독 회동이 예정된 가운데, 같은 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관련 법안 처리도 강행될 것으로 보여 이번 주가 용산 개발을 둘러싼 논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표면적으로는 ‘주택공급 대 국가공원 보존’이라는 단선적 구도로 보이지만, 이면을 해부하면 도심 국유지를 활용해 공공주택 순증 물량을 쥐어짜려는 집권여당과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공급 중심에 두려는 서울시의 권력 투쟁이 도사리고 있다.

 

둘은 도시계획 결정권과 주택난의 정치적 책임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갈등은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고스란히 노출됐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용산공원 아파트 건설에 대한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도심 녹지를 훼손할 것이 아니라 정비사업 규제를 풀어 부동산 정책 기조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이 대통령에게 직언했다고 전했다. 다만 청와대는 오 시장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해 사실 여부는 불분명하다.

 

다만 용산이 부동산 공급대책의 핵심인 건 분명하다. 당초 정부가 발표한 8·13 주택 대책의 공식 발표문에는 ‘용산 카드’가 없었지만 대책 발표 당일 하준경 청와대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이 “굉장히 넓은 땅인데 이용하는 사람이 너무 없다”며 활용 논의를 제안했고, 이튿날 김 장관이 “어린이정원뿐만 아니라 용산공원 전체를 고민하고 있다”며 판을 키웠다.

 

당정의 계산법은 명확하다. 서울에서 대규모 신규 택지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용산은 기존 주택 철거와 원주민 이주 없이 주택 재고를 순증시킬 수 있는 유일무이한 카드다. 국유지 특성상 토지 매입 부담이 없고, 광화문·여의도·강남권과 인접한 핵심지에 청년·신혼부부용 공공임대를 대량 공급해 전월세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주택 업계는 반환된 어린이정원(약 30만㎡)만 활용해도 개발 밀도에 따라 5000~1만가구, 청년·신혼부부 전용 기본주택으로 소형 고밀 개발할 경우 용적률 500~600%를 적용해 최대 2만가구까지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반면 서울시는 ‘마지막 도심 녹지 사수’를 외치며 배수진을 쳤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을 보존해 도심 숲으로 만드는 것은 여야, 보수·진보 구분 없이 2007년 특별법 제정 당시 만들어진 도시계획의 원칙”이라며 20년 가까이 지켜온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다. 서울의 도보 생활권 공원 면적이 1인당 5.7㎡에 불과한 상황에서 남산과 한강을 잇는 녹지축 단절은 용납할 수 없다는 논리다.

 

관할인 용산구 역시 강력 반대 입장을 냈고, 일부 주민들은 어린이정원 앞에 근조 화환 수백 개를 세우며 거세게 항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발표된 공급 계획과 시내 재개발·재건축 속도를 높이는 것이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며 당장의 목표를 채우기 위한 땜질 처방을 비판했다.

 

양측의 입장을 냉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공간의 법적 성격과 물리적 시간표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 약 300만㎡인 용산공원조성지구 중 타깃이 된 어린이정원(약 30만㎡)은 공원 본체부지로 현행법상 공원 외 용도변경이 전면 금지돼 있다. 반면 4만8399㎡ 규모의 캠프킴은 주변 복합시설조성지구이며, 약 46만㎡인 국제업무지구(옛 철도정비창) 역시 공원 본체와 분리된 별개의 공간이다.

 

실제 공급 효과와 시점에도 큰 차이가 존재한다. 미군기지의 전체 반환 시점조차 미정인 데다, 정부의 공식 종합기본계획상 공원 개원 일정은 완전 반환 이후 조사·정화, 설계와 공사를 거쳐 ‘N+7년’으로 설정돼 있다. 2020년 반환된 캠프킴조차 오염 정화 탓에 착공 목표가 2029년으로 잡혀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용산 카드가 당장의 주택난을 끌어낼 단기 처방이 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8월20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거론되는 용산공원특별법 개정안에 반환 부지의 환경관리 의무화와 공원 조성 계획 수립 절차를 담고 있지만 가장 핵심인 제4조 제2항의 ‘본체부지 전체 공원화’ 조항은 건드리지 않는다. 즉,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어린이정원에 아파트를 지으려면 별도의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정부와 여당이 거대 의석을 앞세워 법률 개정을 밀어붙이더라도, 교통·학교·상하수도 등 필수 도시계획 인허가권이라는 실질적 칼자루는 서울시가 쥐고 있다. 용산 개발을 위해서는 집권여당과 서울시의 타협이 필수적이다.

 

8월20일 김 장관과 오 시장의 회동을 기점으로 국제업무지구나 캠프킴 등 기존 부지의 용적률을 상향하는 선에서 절충안이 도출될지, 아니면 8월23일 김민석 민주당 대표 주재 당정협의회를 거치며 전면적인 입법 대결과 행정권 충돌로 치달을지가 향후 부동산 정국의 최대 뇌관이 될 전망이다.

 

                     오세훈 “용산공원 주택공급 반대, 타협 없어”

국힘·서울시 토론회서 강조…“李정부 성과용 단기 대책에 매몰…공급 검증된 재개발·재건축 시급”…20일 김윤덕 국토부 장관과 만나…일방적 개발 추진 문제 제기할 듯

 

오세훈 서울시장은 8월19일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겨냥해 “전부 단기 대책 내지는 초단기 대책”이라며 장기적인 주택 공급 대책이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의 공급 해법으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거듭 요구하는 한편, 정부가 검토 중인 용산공원 주택 공급에는 “타협의 여지는 조금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용산공원을 주택 공급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 청와대와 오세훈 서울시장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8월19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오 시장이 같은 날 열린 부동산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오 시장은 이날 국민의힘 서울시당과 서울시가 국회에서 연 ‘막힌 공급·징벌적 과세, 8·13 부동산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가격이 오르면 공급을 늘려야 하지만 이재명정부는 이 간단한 해법마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세금·대출 등 수요 억제에 치중한 채 정작 서울에서 주택을 늘릴 수 있는 정비사업 규제는 충분히 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오 시장은 “서울에는 이미 가장 확실하고 검증된 공급 대안이 있다. 바로 재개발·재건축”이라며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등의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서울시가 계획 중인 정비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2031년까지 31만호를 착공하고 주택도 8만7000호 순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의 우려에는 “현실감이 떨어지는 불필요한 우려”라며 공급을 주저하는 신호가 오히려 집값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토론회 뒤 기자들과 만나 정부 대책에 대해 “남은 3∼4년 동안 집값을 잡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5년, 7년, 10년, 20년 뒤 집값이 안정될 수 있는 대책에는 굉장히 무성의하다”고 지적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국민의 재산권을 둘러싼 장기적인 인생 계획은 그렇게 짧은 호흡으로 될 수 없다”고도 했다.

용산공원 주택 공급 검토에는 더욱 강하게 반발했다. 오 시장은 “집값을 잡지 못하는 책임을 용산공원으로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며 “당장의 성과를 위해 국가가 지켜온 법의 원칙을 뒤집고 미래 세대가 누릴 자산을 훼손하는 것은 국정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면담에서도 용산공원 개발과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 방식을 문제 삼을 방침이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법령상 협의권자인데도 언론을 통해 접할 수밖에 없었다”며 “결코 용납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산공원 본체 부지를 미래 세대를 위한 녹지로 보존해야 한다며 “그 점에 있어서는 타협의 여지가 조금도 없다”고 못 박았다.

배현진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은 정부 대책을 “대출 규제, 세금 폭탄, 부동산 거래 규제”가 되살아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섭 의원은 재건축·재개발을 막으면서 새로운 부지만 찾고 있다며 “원칙 있는 공급이 아니라 패닉 공급”이라고 꼬집었다.

 

                        청와대 “어린이공원 이용 적어… 금싸라기 땅 잘 써야”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강조…“공원 적당한 규모가 이용도 높아…91만평 땅 활용 방법 논의 필요”…靑, ‘서리풀 지구 해제 이유’ 등 들며 오세훈 정치적 목적으로 반대 지적

 

청와대가 용산공원을 주택 공급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19일 “이 금싸라기 땅이 잘 이용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용산공원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기보다 일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은 이날 TV조선에 출연해 용산공원에 대해 “넓이가 91만평, 여의도보다 더 큰 땅”이라며 “이 큰 땅을 다 공원으로 한다고 생각하면 세계적으로 보기 힘든 어마어마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큰 공원들을 도심에 갖고 있는 도시들을 보면 관리하기가 어렵고 치안 문제나 이런 것들이 있어서 사회적으로 비용을 발생시키는 부분이 있다”며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은 것이냐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 수석은 “공원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이용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용산 어린이정원을 예로 들어 “접근성도 좋아야 하고 적당한 규모로 있는 게 훨씬 이용도도 높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용산공원 본체 일부를 주택 용지로 활용하면 토양오염 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일부를 주택으로 쓴다면 그 땅을 파서 흙을 다른 데로 반출해 정화작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행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상 본체부지는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 원칙이어서 주택 공급에 활용하려면 별도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용산공원 주택 활용을 둘러싼 논란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택 공급 방식을 놓고 맞서면서 다시 불붙었다. 오 시장이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를 주장하자 이 대통령은 사업성을 높이는 방식의 규제 완화가 집값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취지로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 수석은 “재건축·재개발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며 “사업성을 높인다는 건 그쪽 집값을 올리는 영향이 있지 않겠는가, 이런 부분에 대해 (이 대통령이) 짚고 넘어간 정도”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안에서는 오 시장의 용산공원 개발 반대 논리와 다른 공급 정책 사이에 모순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 시장이 용산공원 일부의 주택 활용에 반대하자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그럼 (서울 서초) 서리풀지구는 왜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해줬나’라고 물었고, 오 시장은 ‘젊은 층이 선호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서는 용산 역시 주택 수요가 높은 지역이라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오 시장은 서울 주택 공급 절벽의 원인으로 박원순 전 시장 정책을 거론하면서도 인허가권은 자치구에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안에서는 공급 부족 책임을 박 전 시장에게 돌리면서 인허가 권한은 구청에 있다고 설명하는 것 역시 논리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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