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앞두고 경제전쟁으로 바꾼 미국…사실상 군사작전 끝났나

이현석 기자 / 기사승인 : 2026-08-27 1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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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이란 경제적 왕따’ 작전…코인·해운 등 5개 분야 2차 제재…제3국 기업·은행 겨냥 2차 제재 확대…中 원유 구매 지속 시 제재 효과 약화…이란 제재 우회망 구축으로 실효성 의문…美 중동 전문가 "제재 성공은 이란 원유 90% 사는 중국에 달렸다"

[부자동네타임즈=이현석 기자] 미국이 이란에 대해 ‘경제적 왕따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시작한다고 8월24일(현지시각) 밝혔다. 

자금줄 차단을 통해 이란 정권을 굴복시키겠다는 것으로,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은행까지 미국 금융망에서 몰아내는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가 핵심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도가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담이 큰 대규모 군사작전을 재개하는 대신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8월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에서 이란에 대해 ‘경제적 왕따 작전’을 시작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질문을 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미 재무부는 이란이 석유를 밀수하고 제재를 회피하는데 사용해 온 모든 거점, 모든 중개자, 모든 네트워크를 파악했다”며 “오늘부터 올가미를 더욱 조여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사악한 이란 정권에 자금을 공급하는 모든 잠재적 수입원을 차단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란은 이미 수십 년간 미국의 제재를 받으며 우회 거래망을 구축해온 나라다. 이 때문에 최대 원유 고객인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지 못하면 ‘이란 완전 고립’이라는 목표가 헛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날 X에 “미국인들도 자신들의 허풍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란 걸 안다”고 했고, 알리 마다니자데 경제·재무장관은 “정부는 (미국의 제재에 맞설) 2년 경제 계획을 세웠다. 만반의 준비를 해두고 있다”고 했다.

    

8월24일(현지시간) 한 이란 여성이 테헤란 거리에 설치된 대형 광고판 앞을 지나가는 모습. 광고판에는 이란 호르무즈 해협 아래로 침몰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가상 이미지가 그려져 있다. /EPA 연합뉴스

 

 

■40년 넘은 제재, 이번엔 뭐가 다른가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미국은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40년 넘게 금융·원유·석유화학·자동차·금속 등 이란 경제의 핵심 분야에 제재를 가해왔다.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에는 이란 핵 합의(JCPOA)에서 탈퇴한 뒤 ‘최대 압박’을 내걸고 이란산 원유 수출과 금융 거래를 집중적으로 차단했다.

이번 조치에서 달라진 것은 제재의 범위를 넓히고 집행 강도를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특히 디지털 자산·기술·금·항공·해운 등 5개 분야에서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금융기관까지 ‘2차 제재’로 옥좨는 것이 핵심이다. 베선트는 “5개의 생명줄을 겨냥한 것”이라고 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이란은 가상 화폐를 혁명수비대 등의 제재 회피와 자금 조달에 활용하고, 해외 첨단 기술을 무기 개발에 끌어들이고 있다. 금은 리알화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항공망은 전투원과 무기·민감 기술, 금·현금 수송에 이용하고 있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해운망은 원유 밀수와 미사일 관련 부품·전구체 운송의 핵심 통로로 지목했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별도로 이란의 핵·미사일 기술 조달과 사이버 작전, 석유 수입 확보를 지원한 전 세계 60여 기관·개인·선박을 제재했다. 베선트는 제재망에서 빠져나가는 돈을 허용하지 않는 ‘누수 제로(zero leakage)’ 원칙도 선언했다.

단순히 제재 명단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제3국에 실제 행동을 요구하고 시한까지 제시한 것도 이번 작전의 특징이다. 베선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 정상에게 직접 전화해 이란과의 거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모든 나라에는 우리가 확인한 활동을 중단할 명확한 시한이 있다”고 했다.

■넘어야할 벽 많아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이란산 원유를 가장 많이 사들이며 숨통을 틔워줬다. 원유 시장조사 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중국으로 향하는 이란산 원유는 지난 7월 하루 82만3000배럴에서 이달 53만4000배럴로 줄었지만, 미국의 해상 봉쇄 강화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결국 미국이 이란의 석유 돈줄을 실질적으로 끊으려면 중국 정유업체뿐 아니라 결제를 중개하는 은행까지 겨냥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 대형 금융기관을 달러 결제망에서 배제할 경우 미·중(美中) 관계와 국제 금융시장까지 흔들릴 수 있다.

이란이 이미 ‘제재에 익숙한 경제’라는 점도 미국이 넘어야 할 벽이다. 이란은 수십 년간 페이퍼컴퍼니와 브로커, 환전소, ‘그림자 선단’을 구축해 제재를 피해왔다. 선박 간 원유 환적과 위치 정보 조작, 원산지 위장 등을 통해 원유 수출을 이어왔고, 달러 결제망 대신 위안화나 물물교환을 활용했다. 특정 기업이나 선박이 제재를 받으면 새로운 법인과 선박을 동원하는 식으로 제재망을 우회해 왔다.

■군사공격 끝났나

미국이 경제압박 작전을 발표함에 따라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 지속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군은 이란이 요르단내 미군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하자 지난 7월30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작전기지 등을 집중 포격했는데, 이후로는 의미있는 규모의 공격이 없었다.

미 국방부는 여전히 추가 공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24일 “호르무즈 해협이나 다른 어느 곳에서든 물리적 타격을 사용하는 방안을 결코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과 트럼프에 대한 지지도가 동반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재개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많다. 로이터·입소스가 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 공격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1%에 그쳤다. 응답자의 83%는 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도 33%로 집권 1·2기 통틀어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또 핵심무기인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의 재고가 급격히 줄어든 것도 군사공격 재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력 사용 가능성은 최후의 협상 카드 중 하나로 유지하되, 중간선거까지는 이란의 돈줄과 대외 거래망을 끊는 경제 제재를 주된 압박 수단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이 경제적 압박으로 전략을 전환한 것을 이란 지도자들이 미국 측 군사작전의 실패라 받아들일 경우 걸프만 전역에 새로운 공격을 감행하는 등 더욱 대담해질 수 있다”고 했다.

예측치 못한 상황 전개로 다시 전면적 군사충돌 국면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란이 기존의 ‘일단 버티기’를 고수하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지금보다 더 강화하는 등 공세적으로 나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지난 22일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미국의 제재 예고에 대해 “(미국의) 제재에 참여하는 어떤 국가도 적으로 간주하겠다”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 방울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고, 석유가 수출되는 다른 경로도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제재

직접적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의 개인·기관·국가까지 제재를 가하는 방식.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이라고도 한다. 제재 대상과 관련된 공급망이나 거래를 차단해 압박을 가할 목적으로 시행한다. 

 

     美 중동 전문가 "제재 성공은 이란 원유 90% 사는 중국에 달렸다"

 

미국이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은행까지 미 금융망에서 몰아내는 ‘경제적 왕따 작전’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작전 성공 여부에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8월24일(현지 시간) 미국 중동문제 전문가 2인은 “성공 여부는 결국 중국의 움직임에 달렸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란 전체 원유 수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도 이란과의 교류를 계속 이어갈 경우 제재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동연구소의 알렉스 바탄카 선임연구원(왼쪽), '이란 2040 프로젝트'의 프로젝트 매니저 마틴 미라메자니 연구원.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인 중동연구소(MEI)의 알렉스 바탄카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미국 제재 효과의 키를 쥐고 있는 핵심 플레이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이란산 원유를 계속 구매하고 교역 통로를 제공함으로써 이란이 완전히 고립되는 것을 막을 힘이 있다”고 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약 90%를 사들이는 최대 구매국이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실효를 거두려면 규모가 큰 중국과 이란의 거래를 차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스탠퍼드대 ‘이란 2040 프로젝트’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마틴 미라메자니 연구원은 “앞으로 가장 먼저 주시할 것은 실제 이란산 원유의 흐름, 특히 중국 정유업체들이 거래하는 물량”이라고 했다. ‘이란 2040 프로젝트’는 스탠퍼드가 2016년 출범시킨 프로젝트로 경제·에너지·인구·거버넌스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2040년까지 이란의 장기적 경제·사회 발전을 연구하고 있다. 미라메자니 연구원은 “미국이 제재 집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이 신호를 받아들여 자발적으로 거래를 줄일지 아니면 중국 정부가 다른 행동을 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중국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아직 알려진 바는 없다. 9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양국이 신중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CNN 등에 따르면 미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제재 대상에 중국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누구도 미국의 제재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하기도 했다.

 

과거 미국의 경제 제재가 이란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실제 효과를 낸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결국 미국의 ‘제재 집행 의지’도 제재 성과를 결정할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지목된다.

 

2015년 7월 이란 핵 합의(JCPOA)가 공식 체결되기 전 미국과 유엔, 유럽연합 등은 이란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원유 수출길을 틀어막고, 이란 은행들과의 금융 거래를 전면 금지한 바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후반에도 원유 수출 전면 봉쇄라는 ‘최대 압박’ 작전을 취한 바 있다. 미라메자니 연구원은 “두 차례 모두 이란의 원유 수출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적으로 고립하는 전략에도 불구하고 이란 정부가 쉽게 굴복하거나 양보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바탄카 연구원은 “이란 당국자들은 경제적 압박이 실제 타격을 준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면서도 “경제적 고통을 인정하는 것과 정치적으로 항복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했다. 

 

미라메자니 연구원은 “제재의 문제점 중 하나는 이란 정권이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일반 국민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라면서 경제 제재가 이란 정권보다 일반 국민에게 더 큰 고통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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